안녕하십니까 애니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PUMIG입니다.
오늘은 애니 리뷰 글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1년이 다 되어갈즈음 나온 이 작품은 제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애니입니다. 제가 군대에 대해서 실감하기 시작할 때 보게 된 밀리터리 요소가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행히 시간이 빨리 흘러 전역을 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밀리터리 요소만 보이면 소름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담겨있는 메세지가 너무 좋아 계속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리뷰할 애니, 소녀종말여행은 일상물로 위장한 철학 작품입니다. 정확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장르라는 것은 딱히 정확한 기준이 없고 사람마다 보는 시각도 다르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아래 글은 제 주관이 매우 많이 묻어있기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반박할 거리가 있다 하시면 언제든 편하게 댓글 다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공감의 댓글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사진에서 왼쪽에 궤도차량을 운전 중인 인물이 "치토", 오른쪽에 38식 소총을 매고 있는 인물이 "유리"입니다. 제대한 뒤 이 작품을 다시 살펴보니 왠지 모를 추억이 샘솟습니다. 우리들의 뇌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을 위해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덕분에 썩어빠진 징집 제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요. 하지만 기초과학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전쟁을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력 동원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이제는 밀리터리 요소를 보면 흥미를 가져버리는 수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마 군대에 다녀온 덕후분들은 공감할만한 점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예전에는 작품의 메세지만을 중점으로 보았는데 지금은 다른 관점에서도 이 작품을 다시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지금은 방탄모와 전투복을 착용 중인 주인공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 살던 마을이 전쟁의 파도에 휘말리면서 그곳을 빠져나올 때 한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복장입니다. 치토의 할아버지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두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방탄모와 전투복, 총기, 궤도차량 및 소정의 식량을 제공받고는 꼭대기 층까지 가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여행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여행이지 결국 난민 생활입니다.
좀 특이한 점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부분들만 봤을 땐 이미 멀쩡한 장소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어디에 생존자들의 캠프가 있다 이런 얘기를 듣기는커녕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마치 이미 세상에는 인간이 치토와 유리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인류의 과학은 핀포인트(양자역학의 원인이 풀리는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과학 발전 속도가 미친듯이 빨라지는 현상)를 맞이하였고 치토와 유리가 태어나기 전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문명이 고도화되었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치토와 유리가 태어났을 땐 세상은 이미 전쟁의 불화에 휩싸여 있었고 민간인들은 전쟁을 피해 점점 하늘로 마을, 도시를 지어나갔습니다.
결국 부에 따라 살 수 있는 층이 달라지는 층계 시스템이 구축된 도시들이 탄생하였지만 전쟁의 파도는 발전된 과학 기술과 함께 빠르게 세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 멸종 직전의 대재앙. 아포칼립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치토와 유리가 자신들 이외에 인간을 만나는 에피소드가 극히 드뭅니다. 더군다나 만나더라도 한 두 명씩만 만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어린 주인공들이 제대로된 주거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정착 생활)을 꿈으로 가질 지경까지 오게 된 세상입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세상이 절대 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꼭대기 층을 향하면서 폐허 도시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이런 면에서는 일상물적인 느낌이 물씬 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가끔씩 발견되는 유물들(신문이나 책, TV 등의 대중매체가 주를 이룬다. 가끔 현실에서는 아직 구현이 되지 않은 기술을 통해 개발된 미디어도 등장을 한다)을 통해 주인공들은 과거 인류가 어땠는지 알아나갑니다. 특히 생각이 많고 머리가 좋은 치토는 이에 엄청난 흥미를 보입니다. 유리는 그저 재미로만 바라볼 뿐 지적 흥미는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실 과거 인류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유리 쪽입니다. 치토는 과거에 있던 사실의 해석에만 집중하는 반면 유리는 과거 인류의 모습을 바로 자신에게, 현실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에피소드 중 유리가 치토에게 총을 겨누고 에너지바를 뺏어가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유리가 싸이코인건 아니고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가 주제였습니다.
세계 대전의 원인을 파악 중이던 치토는 전쟁이 뭐냐는 식의 유리의 질문에 책에서 본 내용을 쉬운 말로 풀이하여 설명을 해줍니다. 그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유리는 하나 남은 에너지바를 반띵해서 먹자는 치토에게 총을 겨누고 에너지바를 다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치토는 굉장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론상으로만 느끼던 지식이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는 장면을 처음 본 순간인 것입니다.
물론 이후로는 개그로 잘 넘어갑니다. 소녀종말여행에서는 두 개의 장치가 있습니다. 인물과 배경입니다. 인물은 주로 치토와 유리가 사용됩니다. 치토와 유리는 서로 밸런스가 정말 잘 맞는 성격입니다. 지식 탐구 및 이해는 치토의 주특기이며 신체적 능력 및 지식 적용 능력(센스)은 유리가 더욱 우세합니다.
이러한 그들에게 고민거리와 주제를 던져주는 것은 배경입니다. 온갖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폐허 도시 속 풍경들은 인류의 찬란했던 과거와 현재의 아픔을 동시에 보여주는 매개체입니다. 배경은 두 인물에게 생존을 해내야하는 도전의 장이며 동시에 인류 역사를 알려주는 선생님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을 대놓고 들이밀진 않기 때문에 이런거 생각하는게 머리 아프신 분들은 작중 인물들의 대화를 듣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인물들의 대화에 나도 껴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보거나 답을 보충해주는 형식으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은 깨달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아래는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의 공통점을 통해 도출해낸 최종적인 질문입니다.
인류란 무엇인가. 당신은 한번이라도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을 내본 적이 있는가? 최소한 탐구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최종 평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가 재난물을 좋아하기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에 이끌려봤지만 매우 철학적인 작풍에 놀랐던 애니, 소녀종말여행이었습니다.
스토리성: 4.1점(애니가 나왔을 당시에 원작 완결이 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엔딩을 애니 나름대로 냈는데 개인적으로 엔딩은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엔딩 빼곤 스토리가 다 좋았기에 4점대입니다.)
캐릭터성: 4.8점(진짜 캐릭터 밸런스를 너무 잘 맞추어놓았습니다. 독자들이 보기에 매력을 느낄만했고 작가 입장에선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할 매개체로 쓰기에 충분한 캐릭터 설정들이었습니다. 주인공을 두 명으로 해놓은 것도 메세지 전달 측면에서 굉장히 잘 설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화: 4.3점
분위기: 4.9점(저는 아포칼립스 특유의 그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총점: 4.5점
2022.03.29 - [애니 추천] - 애니 추천 TOP 5, 모험은 나의 삶이다
애니 추천 TOP 5, 모험은 나의 삶이다
애니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PUMIG입니다. 오늘은 제가 봤던 작품들 중 여러분들께 소개시켜줄만한 작품들을 골라와봤습니다. 저는 모험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떤 분야에 도
animepumig.tistory.com
애니 리뷰, 귀신이 보이지만 퇴치 능력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0) | 2022.04.07 |
---|---|
애니 리뷰, 눈을 뜨니 세상이 태어났다 (0) | 2022.04.04 |
애니 리뷰, 이세계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잔혹할 수 있다 (0) | 2022.04.01 |
애니 리뷰, 충사 - 벌레지기의 삶. 조용한 몰입감이 좋은 작품 (0) | 2022.03.28 |
애니 리뷰, 주인공을 빌런으로 만드는 작품 진격의 거인 꼭 봐야할까? (0) | 2022.03.26 |
댓글 영역